티스토리 뷰

세계 최정상에 오른 한국 여자 에페의 자존심, 송세라의 도전 이야기

세계적인 여자 에페 선수들 사이에서 키 164cm인 송세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 랭킹 1위인 콩만와이 비비안은 신장 178cm로, 이런 신체 조건의 차이는 송세라에게 특별한 도전이 됩니다. 송세라는 "전에는 외국 선수들이 저를 살짝 무시하는 게 있었죠. 제가 가장 작다고 볼 수도 있어서, 좀 더 무시당하기 싫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송세라는 "그래, 너 나 무시해. 나 너 이길 거야"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며, 작고 빠른 몸을 이용해 상대를 교란시키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그녀는 "작은 저한테 찔리니깐, 상대 선수가 조금씩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그런 점을 역으로 이용했던 것 같아요. 그때마다 약간 희열감을 느끼고, 그 기분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게 있더라고요"라고 전했습니다.

송세라의 도전과 성취

송세라는 도쿄 2020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202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년 만에 한국 펜싱에 에페 금메달을 안겨주었고, 단체전 우승까지 차지해 한국 펜싱 최초로 여자 에페 2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그녀는 지난해 제19회 아시안게임에서 최인정과의 결승전 접전 끝에 은메달을 차지했고, 세계선수권(2022), 아시안게임(2023), 아시아선수권(2024)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 메달을 획득하며 이제 올림픽 개인전 메달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송세라는 올림픽 개인전 메달을 획득하면 주요 메이저 대회 메달을 모두 보유하게 됩니다.

올림픽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

송세라는 2021/22 시즌 개인전 세계 랭킹 2위, 2022/23 시즌 5위, 그리고 올림픽 예선 랭킹 포인트 마감 기간이었던 4월 30일 세계 랭킹 3위로 개인전 출전권을 획득하며, 3년 동안 톱 5의 위치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한국 여자 에페 에이스가 된 송세라는 "한국의 남자 사브르가 정말 잘하잖아요. 그리고 거기서 오상욱 선수가 굉장히 잘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저 선수는 저렇게 계속 잘 할까'라는 생각을 계속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그래서 그런지 저도 이 위치에 올라와서 계속 지키고 싶어요. '내려가기 싫다'는 마음이 되게 커진 것 같아요"라고 전했습니다.

 

파리 2024를 향한 각오

 

송세라는 "제가 갑자기 이렇게 잘하게 된 건 아니에요"라며, 도쿄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후 생긴 자신감이 꾸준히 열심히 훈련해 온 자신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제 생각에는 도쿄 올림픽 이후 자신감이 많이 올라가다 보니까, 뭔가 저도 모르게 갑자기 '잭팟'이 터진 느낌이에요. 그동안 열심히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또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밝혔습니다.

 

송세라는 성숙해진 모습으로 두 번째 올림픽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제가 어린 나이에 열정과 패기로 지난 올림픽에 나섰다면,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조금 더 능숙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할 생각이에요. 개인 기량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느끼고, 저에 대한 기대도 많아져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개인전에서도 욕심을 내보고 싶어요."

한국 여자 에페의 힘은 '단합력'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은 런던 2012와 도쿄 2020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으며, 이제 송세라, 최인정, 강영미, 이혜인이 종주국 프랑스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노립니다. 송세라는 "모두 다 아시다시피 저희 여자 에페가 단합이 다른 팀에 비해서 굉장히 잘 되는 부분이 있고, 또 서로 훈련할 때만이 아니더라도, 생활할 때도 이야기를 많이 해요. 언니들(최인정, 강영미)도 저희 마음을 조금 더 먼저 물어보고, 잡아주는 부분이 많아서 든든한 것 같아요"라며 자신있게 단합력을 가장 큰 강점으로 뽑았습니다.

 

현재 대표팀은 단체전 세계 랭킹에서 이탈리아에 이어 2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사실 아시안게임 챔피언이 된 최인정이 2023년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 선언을 하며 팀은 해체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인정은 팀을 위해 은퇴 의사를 접고, 돌아와 이제 4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송세라는 "당시에는 너무 아쉬웠죠. 왜냐하면 언니가 지금 잘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런 큰 결심을 하게 된 거니까요"라고 말하면서도, "바로 올림픽이 있는데 언니가 그런 마음을 먹게 된 이유가 있겠다 싶었거든요. 저희도 조심스러웠기에 보내줄 수밖에 없었어요"라며 선배의 결정을 존중했다고 전했습니다.

최강의 한국 여자 에페 팀

 

최인정의 '재합류'로 다시 완전체가 된 여자 에페 대표팀은 5월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에서 열린 2024 FIE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마지막 올림픽 리허설인 아시아선수권에서 4연패(2019, 2022, 2023, 2024)를 달성하며 최고의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느덧 5년을 동고동락한 에페 자매들은 이제 그랑 팔레에서 시상대 정상에 오를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송세라는 "이 멤버로는 정말 마지막일 것 같아서, 올림픽 금메달만을 바라보고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기 후 에펠탑 앞에서 커피 한 잔

 

송세라는 "제가 멘털 관리 할 수 있는 게 사실 훈련을 버티는 것 밖에 없어요"라고 말하며, 좁고 가느다란 피스트 위 냉정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훈련을 계속 버팀으로써 시합 때 힘든 상황이 들이닥칠 때, 자연스럽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훈련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훈련으로 풀어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송세라이지만, 매 국제 대회를 마친 뒤 하루 정도 관광지를 구경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고도 합니다. 그녀는 "그런 소확행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스포츠, 그 이상'을 느낄 수 있게 될 이번 파리 2024 대회에서는 어떤 걸 해보고 싶을까요? 송세라는 "아, 정말 생각 안 해봤는데요, 지금 눈앞에 숙제가 너무 커서요... 그래도, 뭐 똑같지 않을까요? 경기가 끝나고 나면 에펠탑 앞에서 그냥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사진 찍는 거요"라고 답했습니다.